미국행 러시아 디젤 유조선, 항로 변경…트럼프 거래 의구심
미국으로 향하던 러시아산 디젤 운반 유조선들이 항로를 변경하면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에 의문이 제기됨. 유조선들의 최종 목적지 불확실성은 제재 완화 기대를 약화시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러시아산 디젤 공급 합의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 미국으로 향하던 러시아 디젤 운반 유조선 3척 가운데 2척이 목적지를 바꿔 다른 항로로 우회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1척도 규제 문제로 항로를 변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조사업체 케플러(Kpler) 트레이드 인텔리전스의 분석가 매트 스미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스미스 분석가는 “미국행 러시아 디젤 화물 3건 중 2건이 다른 목적지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홍콩 소유에 시에라리온 국적 선박인 레루오(Leruo)호는 신호를 브라질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 대상에 오른 러시아 국적 탈리스만(Talisman)호는 지중해로 우회해 알제리 해안 인근에서 대기 신호를 보냈다. 그리스 선주 소유의 아기오이 파넨데스(Agioi Fanendes)호도 규제·입법·제재 문제로 항로를 바꿀 것이라고 스미스 분석가는 내다봤다.
미국 바이어들은 주 정부와 연방 차원의 법적 위협으로 러시아산 디젤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미키 셰릴 뉴저지 주지사는 항만·터미널 운영사에 러시아산 디젤 하역 시 수백만 달러 벌금을 물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N은 미 상원 외교위원회가 은행·항만 운영사·거래 관련 기업에 자료 보존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내년 1월 민주당이 의회 장악 시 감사에 대비한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 후 러시아가 디젤 30만 톤을 즉시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고, 11월에 50만 톤, 이후 100만 톤을 추가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다음 날 러시아는 여름철 국내 부족으로 도입했던 디젤 수출 금지 조치를 일부 해제했다. 영국 가디언 계산에 따르면 미국에 도착 예정이던 첫 30만 톤은 미국 일일 소비량의 4분의 3 수준에 불과해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번 합의는 미국 내 디젤 가격이 전년 대비 약 70% 오른 가운데 나왔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실질적 봉쇄로 글로벌 원유 시장이 교란된 영향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럽 동맹국들은 이번 거래가 러시아 경제를 부양하고 대서양 관계를 긴장시킨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노박 부총리는 지난주 최소 4척의 디젤 유조선이 수출 시장으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미국 측 수요가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러시아산 디젤이 다른 목적지로 흡수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케플러 집계 기준으로 실제 항로 변경이 추가 확대될 경우, 러시아발 에너지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출처: The Moscow Times·Financial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