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러시아 디젤 거래…러 정유사 수혜 전망
분석가들, 트럼프 디젤 거래로 러시아 기업 최대 수혜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합의한 디젤 공급 거래가 미국 소비자보다 러시아 석유 기업에 더 큰 이익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 기업들은 수출 제한 완화로 반사이익을 얻는 반면, 약속된 공급 물량이 미국 내 연료 가격을 낮추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디젤 30만 톤을 즉시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고, 이어 11월에 50만 톤, 이후 매월 100만 톤을 추가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디젤 가격은 갤런당 6.179달러까지 치솟으며 전년 동기 대비 약 70% 급등한 상태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글로벌 디젤 수출은 올해 1~9월 누적 1억 7천220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미국은 자국 소비량보다 약 25% 많은 디젤을 생산하는 순수출국이지만, 국내 연료 가격은 글로벌 시장 가격에 연동된다. 러시아산 디젤이 세계 시장에 추가로 풀리면 수급 격차가 좁혀져 간접적으로 미국 내 가격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미국 정유 시설이 이미 최대 가동률에 근접해 있어 해외 공급 확대가 가장 현실적인 카드로 꼽혔다.
러시아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디젤 순수출국이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정유 시설이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전쟁 전 디젤 생산량은 국내 수요의 두 배를 웃돌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9월 디젤 선적량은 약 42만 7천 톤으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강화되기 전 월 약 300만 톤에서 급감했다. 다만 이 수치는 러시아가 내수 보호를 위해 수출을 허용한 중앙아시아 등 일부 국가행만 집계한 것이다.
독일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세르게이 바쿨렌코 분석가는 해운 데이터를 인용해 러시아가 7~9월 사이 광범위한 수출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최소 160만 톤의 디젤을 해상으로 수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이 잉여 물량을 보관할 저장 용량 부족으로 이 같은 회색 수출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요청한 11월 물량 50만 톤은 기존 회색 수출을 합법화하는 것만으로도 국내 부족 사태 없이 공급 가능하다고 바쿨렌코는 분석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 물량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 디젤 50만 톤은 미국 월간 소비량의 약 4%, 글로벌 월간 소비량의 0.4%에 해당한다. 추정되는 월 400만 톤의 글로벌 디젤 부족분 중 약 13%를 메우는 수준이다. 바쿨렌코는 “논의 중인 물량은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글로벌 가격에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치기에는 너무 적다”고 말했다.
에너지 분석업체 Kpler도 이번 거래가 “상당한 디젤 적자에 직면한 글로벌 시장에 일시적 완화책”을 제공할 수 있지만, 러시아의 제한된 정유 능력이 추가 공급 여력을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모스크바 소재 분석가 키릴 로디오노프는 러시아 기업들이 더 높은 가격에 더 많은 디젤을 공식 수출할 수 있게 돼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가 정유 시설 공격 중단에 합의하지 않은 점도 변수로 남아 있다.
출처: The Moscow Times